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단속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가운데 세관국경순찰대(CBP)가 ‘국경 100마일 지역’(100Mile Border Zone, 그래픽 참조)으로 불체자 검문·검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민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국경 20마일 이내의 국경인접지역에서만 체크포인트를 설치해 불체자 검문검색을 해왔던 국경순찰대가 최근 ‘국경 100마일 지역’ 원칙을 내세워 국경에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서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이용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검문검색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반 차량을 대상으로도 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에 따르면 CBP와 이민세관국(ICE)은 국경 100마일 인근 지역에서 이민 체크포인트를 세울 수 있고, 의심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어도, 사전 정보에 따라 위협이 인지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합법적으로 불심건문을 할 수 있다.
시민자유연합(ACLU)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불심검문 단속이 강화되는 지역에는 볼티모어 등 메릴랜드와 워싱턴DC를 포함한 북버지니아 전역이 포함된다.
또 버지니아의 리치몬드와 노폭, 린치버그, 버지니아 비치도 단속 지역에 포함돼 이 지역의 상당 부분에서 이민당국의 무작위 불심검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민자유연합에 따르면 전 국민의 3분의2에 해당하는 2억 명 가량이 국경에서 100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또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 등 10대 대도시 중 9곳이 해당 지역에 속한다.
실제로 국경순찰대는 지난 19일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의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에서 승객들에 대한 불시 검문검색을 실시해, 비자기한이 만료된 여성 승객 한 사람을 체포했다.
올랜도를 출발해 포트 로더데일을 거쳐 마이애미로 향할 예정이었던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들이닥친 순찰대 요원들은 승객 전원에게 합법체류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카리브해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오버스테이 불체자로 밝혀져 버스에서 끌려 내려왔고, 체포돼 추방절차를 위해 곧바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이민자 연대’(Florida Immigrant Coalition)측은 즉각 국경순찰대에 “국경 인접지역이 아닌 곳에서 불시에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국경순찰대는 “이날 그레이하운드 불시 검문검색은 합법적인 것으로,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해안에서 100마일 이내 지역에 대한 합법적인 검문검색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국경 100마일 지역 원칙이 적용돼 국경순찰대는 플로리다 주 전역이 관할지역”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특히 합법 이민자들도 불심검문에서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하지 못하면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이민구치소에 억류될 수 있고, 또 영주권자라도 중범기록이 있는 경우 추방재판까지 회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영주권, 시민권자의 경우는 미국 여권을 소지하는 게 단속을 통과할 확실한 방법이고, 분실이 염려된다면 최소한 사본이라도 챙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이민 변호사는 “국경 100마일 이내에서 실시하는 불심검문은 전적으로 단속 반원의 재량에 달렸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단속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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